천문학도로서, 일반인이 천문현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기쁜 일이다. 다만 가끔씩은(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금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며칠 전인 2023년 8월 31일에 뜬 '슈퍼 블루 문' 때문이다. 날씨도 좋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달을 보러 갔던 것 같은데, 단순히 예쁘니까 보러 갔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보름달에 주술적인 의미를 담아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날 필자도 몇몇 사람들에게 달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슈퍼 문(Super moon)이나 블루 문(Blue moon)에 조금 과한 환상이 담겨 있는 것 같았기에 어느 정도는 정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글을 읽고 달맞이가 약간 재미없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블루 문은 파란색인가
일단 슈퍼 문 이야기는 제쳐 두고 블루 문부터 다뤄 보자. 며칠 전에 달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달은 전혀 파랗지 않다. 이는 '블루 문'이 달의 색과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블루 문은 한 달에 두 번째 보름달이 뜨는 것을 의미한다(옛날에는 정의가 조금 더 복잡했으나, 여기서 굳이 다루지는 않겠다). 달의 위상 주기(삭망월)가 29.5일이고 달력에서 한 달은 보통 30일이나 31일이므로, 월초에 보름달이 떴다가 월말에 다시 보름달로 돌아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점성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블루 문이라고 딱히 특별한 보름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진짜 '푸른 보름달'이 가능하기는 하다. 물론 상술한 블루 문과는 관련이 없고, 대기 중에 먼지나 연기 입자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붉은색 파장대가 흡수되면서 달이 푸르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보름달은 기본적으로 백색이며, 대기의 산란에 의해 지평선 근처에 떠 있을수록 노랗게 보이고 월식 때에는 붉게 보인다.
슈퍼 문은 얼마나 큰가
지구-달 거리는 일정하지 않으므로, 달이 가까울 때 보름달이 뜨면 달이 더 크고 밝아져 '슈퍼 문'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슈퍼 문은 얼마나 큰 것인지 수치로 알아보자.
달은 이심률 0.05, 장반경 384,399km의 타원궤도를 가지며 주변 천체들이나 조석력 등에 의해 섭동(perturbation)이 일어나 궤도가 조금씩 변화한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울 때에는 거리가 356,500km까지 가까워지고 가장 멀 때에는 406,700km까지 멀어진다. 달의 각지름은 달까지의 거리에 반비례하고 406700/356500≈1.14이므로 달이 가장 가까울 때(슈퍼문)는 달이 가장 멀 때에 비해 약 14% 정도 크게 보인다(각지름이 29.4'에서 33.5'까지 변화한다). 또, 역제곱 법칙에 따라 밝기는 1.14²≈1.3배 정도 밝게 보인다. 이 정도면 꽤나 의미 있는 차이인 것 같다.
하지만 이 계산은 최대와 최소를 비교한 것임에 주의해야 한다. 평균적인 달과 슈퍼문을 비교해 보면 슈퍼문이 약 8% 정도 클 뿐이며, 밝기는 16% 정도 더 밝다. 아래 사진에 슈퍼문과 평균적인 크기의 달 사이 비교가 되어 있다.
실제 달이 화면에서보다 훨씬 작게 보임을 감안하면, 필자는 사실 이 정도의 크기 차이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4% 커지더라도 똑같이 손톱보다 작은 원일 뿐이다. 슈퍼 문이 크긴 큰데... 'Super'와는 조금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소리다. 혹시 사람들이 슈퍼 문을 관측하고 정말 크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달 착시란 무엇인가
달 착시(Moon Illusion)는 달이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조금 더 커 보이는 착시를 말한다. 착시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지형이나 구름에 의해 멀리 있는 것으로 보여 크기가 커 보인다는 가설이 있고, 지평선 근처에서 주변 사물(건물, 나무)을 같이 보게 되기 때문에 더 커 보인다고도 한다. 사람의 시각은 기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착시 요소들이 슈퍼 문을 진짜 '슈퍼 문'으로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슈퍼 문 보면 안되나요
서론에 호들갑이라는 단어를 쓰긴 했다만 달 보러 가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필자가 감성이 부족해서 그렇다. 슈퍼 문이고 블루 문이고 뭐든 간에, 천문학에 관심을 가져 준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단지 슈퍼 문이 어떤 현상이며 달이 왜 커 보이는지, 얼마나 커 보이는지를 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난다면 과학이 아니니까.
한참 다른 얘기지만 누구 말마따나 아무도 달을 보지 않는다면 달이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많이 보러 가도록 하자.
참고자료
Supermoon, Wikipedia(https://en.wikipedia.org/wiki/Supermoon)
Moon illusion, Wikipedia(https://en.wikipedia.org/wiki/Moon_illusion)
What is a supermoon?, Sky&Telescope(https://skyandtelescope.org/observing/what-is-a-supermoon/)
이 글에는 학부생의 뇌피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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