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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구리의 잡학탐구
LIFE/TRAVEL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by 자연데생 너구리 2025. 2. 6.

7월 31일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택시를 잡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으나 어쩌다 보니(한 번 택시를 갈아타서) 잘 도착했다. 카이로 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해 이집트항공의 로마행 비행기를 탔다. 기내식이 생각보다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알렉산드리아 / 이집트항공 기내식

이탈리아(Italia, Italy)

 이탈리아 공화국은 남유럽 이탈리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로 수도는 로마이며 인구는 약 6천만 명이다. 반도 전체를 관통하는 아펜니노 산맥이 있으며 북쪽으로는 알프스와 접한다. 지중해(아드리아 해, 이오니아 해, 티레니아 해, 리구리아 해)가 반도를 둘러싸고 있으며 샤르데냐와 시칠리아 섬까지도 영토로 둔다. 언어는 피렌체 방언에 기초한 '이탈리아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나, 지역마다 사투리가 발달하여 있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점심 시간대쯤 도착했고, 공항과 시내를 잇는 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로마 중앙역인 테르미니(Termini) 역에 도착했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이탈리아어 안내방송이 우리를 맞이했다. 숙소까지는 전철을 이용했는데, 사용하던 카드(트래블로그)의 비접촉 결제 방식으로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 다만 지하철역 자체는 상당히 낡은 느낌이 났다.

테르미니 역 지하의 로마 유적이 있는 맥도날드 / 로마 지하철
버스킹하는 사람들

 치프로(Cipro) 역에 내리자 버스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느낌에 확실히 유럽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잠깐 휴식하니 거의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밖에서 음식을 포장해 와서 먹었다. 인생 첫 본토 이탈리아 음식이었기에 상당히 기대했다.

포크를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피자(Pizza Capricciosa)와 파스타(Bucatini all'amatriciana) 하나씩에 고기 커틀릿 요리를 주문했는데 피자가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슈퍼에서 술도 사서 마셨다. (그동안 중동에 있으면서 무슬림 체험 한답시고 술을 안마셨는데 오랜만에 마시니 좋았다)

8월 1일

이탈리아 우편 업체 Posteitaliane.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다

 그동안 중동에서 산 것들이 꽤 돼서 짐 무게를 줄이기 우체국에서 기념품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영어로 소통을 하다가 갑자기 한국인분이 도움을 주러 오셨다. 우체국 직원분과 친분이 있는 (로마에 거주하시는)한국인 분 같았는데, 이탈리아어를 잘 하셔서 덕분에 성공적으로 택배를 부칠 수 있었다. 생각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지만 운이 좋았다.

빵과 에스프레소

  약간 늦은 시간대에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시켜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작은 바 같은 곳에서 커피와 빵을 먹는 등 단맛 위주의 아침식사를 한다. 필자는 에스프레소 한 잔에 코르네토(cornetto, 크로와상)를 곁들인 간단한 식사가 꽤 만족스러웠다. 여담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아예 금기시되는 줄 알았던 '아메리카노'가 메뉴판에 있기는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물론 아아는 없다.

 식사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스페인 광장 쪽으로 향했다. 유럽여행 편은 잡다한 역사 이야기 분량을 좀 줄이기로 했으니 사진 중심으로 간략하게만 이야기하겠다.

로마 시내 걷기

Trinità dei Monti 성당과 스페인 광장 분수
판테온과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부터 판테온을 거쳐 트레비 분수를 돌아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오는 루트였다. 로마 시내는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느낌의 가게들이 공존하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어딜 가나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구름 한 점 없는 여름날 햇빛 아래에서 이탈리아의 거리를 걸으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올 가치가 있는 곳이다. 가끔씩 뜬금없이 보이는 이집트산 오벨리스크들은 덤이다.

 판테온은 따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밖에서 봐도 꽤 멋있었다. 기원전 1세기경 지어진 돔 형태의 건물인데 어떤 용도로 쓰인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고대 건축에서 꽤 의미깊은 건물이기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들어가 보고 싶다.

 점심은 판테온 근처 식당에서 카르보나라와 그리치아 파스타, 그리고 토끼고기와 올리브 요리를 먹었다. 생면 파스타인데 면을 만드는 과정을 창문을 통해서 볼 수 있었고 식감도 훌륭했다. 다만 너무 치즈 베이스의 파스타만 시켜서 그런지 조금 느끼하긴 했다. 곳곳에서 아페롤 스프리츠라는 식전주를 팔길래 이것도 주문해 봤는데 처음엔 좀 이상했지만 마시다 보니 괜찮았다. 시내 관광을 마치고 나서는 다시 숙소 쪽으로 돌아가 재정비 뒤 바티칸으로 향했다.


더보기 : 로마의 4가지 파스타

 그래도 이탈리아인데 파스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로마에 왔다면 먹어 봐야 할 지역 파스타 4가지를 알아보자.

Cacio e Pepe(카쵸 에 페페) - 치즈(페코리노 로마노)와 후추만을 사용한 가장 간단한 파스타.
Gricia(그리치아) - 카쵸 에 페페와 거의 같으나 염장한 돼지 볼살인 관찰레(Guanciale)를 사용한다.
Carbonara(카르보나라) - 그리치아와 거의 같으나 소스에 계란을 섞어 풍미를 더한 것이다.
Amatriciana(아마트리치아나) - 그리치아에 토마토를 더해 맛을 낸 레시피다.

 네 가지 파스타가 이름은 많이 다르지만 사실상 페코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치즈와 후추를 기본으로 하는 카쵸 에 페페의 변종들이다. 이런 파스타만 두 개 시키면 맛이 거의 비슷해서 쉽게 질릴 수도 있으니 다양하게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은 로마 내에 있는 도시국가로, 교황령이나 교황청이라고도 한다. 8세기경 동로마 제국의 이탈리아 반도에 대한 지배권이 약해지자 가톨릭 교황이 로마와 주변 영토를 직접 다스리게 된 것이 시초로, 한때는 이탈리아 중부의 꽤 넓은 영토를 지배하기도 했다. 교황령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근현대까지 이어지다가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완전히 사라지나, 1929년 라테라노 조약을 통해 다시 독립하여 지금의 상태에 이른다. 

 국기의 문장에 그려진 것은 교황의 삼중관과 베드로의 상징 천국의 열쇠이다. 베드로의 무덤 위에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성 베드로 성당과 그 앞의 열쇠 구멍 모양 광장이 유명하며, 북쪽 건물들 일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바티칸 박물관(Musei Vaticani)

 바티칸 박물관은 숙소와 멀지 않아서 걸어갔고, 나름 '다른 나라'로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신났다. 바티칸 박물관은 규모가 너무 방대해서 하나하나 도저히 다 볼 수가 없어 적당히 뛰어넘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유명한 작품일수록 주변에 사람도 워낙 몰려서 하나 붙잡고 오래 보기도 어렵다. 박물관을 제대로 보려면 며칠씩 필요하다는데, 그렇게까지 볼 시간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 적당히 즐겼다.

 고대 이집트(이집트 쪽은 굳이 안 보긴 했다)와 그리스, 에트루리아 시절 유물들부터 로마 때의 여러 조각들, 중세와 르네상스 이탈리아 예술까지 볼 것이 너무나 많다. 개인적으로 꼽는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지도의 방(Galleria delle carte geografiche)과 시스티나 대성당(Cappella Sistina)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정도다.

소크라테스 석상 / 안토니우스 석상 / 여러 성유물들
지도의 방 / 아브루초(Abruzzo) 지역 지도

 지도의 방은 양쪽으로 이탈리아의 각 지방 지도들이 나열되어 있는 곳이다. 지도는 16세기에 교황의 요청으로 이냐치오 단티(Ignazio Danti)가 그린 프레스코화들로 120m의 복도에 총 40개가 놓여 있다.  필자가 지리덕후라서 좋아하는 것도 맞지만 지도를 빼놓고라도 천장 장식이 화려해서 분위기가 정말 좋다. 바티칸 박물관은 관람 동선이 길게 뻗어 있는데 가는 동안 이렇게 천장이 많이 장식되어 있어서 위쪽을 자주 올려다보았던 것 같다. 기존에 갔던 다른 박물관들과는 사뭇 다른 관람 방식이라 신선했다.

시스티나 성당 (바티칸박물관 제공)

 동선을 쭉 따라가면 시스티나 성당에 도착한다. 미켈란젤로의 역작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포함해 페루지노나 보티첼리 등 여러 화가들의 그림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교황직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스케일도 엄청나게 크고 압도하는 듯한 분위기를 준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곳이라 퍼온 사진으로 대체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서 컴퓨터로도 감상해 볼 수 있다.(.va 도메인 신기하다)

 

Sistine Chapel

 

www.vatican.va

박물관의 유명한 나선형 길

 비종교인이 봐도 엄청난 곳인데 가톨릭교(천주교) 신자라면 아마 훨씬 인상깊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쉽게도 바티칸 동쪽의 광장 쪽을 따로 가 보지 못해서 나중에 다시 가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녁은 숙소 주변 적당한 가격대의 식당에서 레몬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 고기 커틀렛 요리, 토마토와 염소 치즈 파스타, 주키니(zucchini, 애호박 비슷한 식물) 샐러드 요리 등을 주문했다. 점심 때보다 덜 느끼한 요리들이라서 더 맛있게 먹었다. 와인도 한 잔씩 곁들였다. 물론 이집트에서보다 식비는 훨씬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사족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식당에 가면 매번 식전빵을 줬다. 올리브유에 빵을 찍어 먹는게 정말 별거 아닌데 그렇게 맛있다. 

벽면에 다른 지역들 레스토랑에서 받아온 듯한 접시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이집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의 비싸지만 평온한 여행은 꽤 마음에 들었다.


더보기: 토막 이탈리아어

여기도 간단하게만 알아 두자.

Si (시) : 예
No (노) : 아니오

Ciao (챠오) : 안녕 (비격식)
Buon Giorno (부온 죠르노) : 안녕하세요 (아침인사인데, 오후에도 그냥 쓴다)

Buona sera (부오나 세라) : 안녕하세요 (저녁)
Arrivederci(아리베데르치) : 안녕히 가세요/계세요

Grazie (그라치에) : 감사합니다
Grazie mille (그라치에 밀레) : 정말 고맙습니다
Prego (프레고) : 천만에요

이탈리아어 읽는 법은 아래 글을 참고해 보자.

 

[세소찾] 07.하늘을 나는 꿈(Sogno di Volare)

수면 아래 생명의 첫 탄생부터 석기시대의 커다란 짐승들과 처음으로 직립보행하는 인류의 시초까지 먼 여정을 거쳤습니다. 문명의 요람부터 별을 향한 탐험까지, 이제부터 당신의 가장 위대한

jdess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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