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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TRAVEL

아이슬란드 여행 2부 - 폭포, 빙하, 용암 그리고 오로라

by 자연데생 너구리 2026. 6. 6.

9월 23일

 플루디르에서 아침에 출발해, 헬라(Hella) 근처에서 처음 주유를 했다. 셀프 주유 형식이다 보니 약간 헤맸는데, 일단 주유를 하면 먼저 보증금이 차감되고 나중에 실제 주유 금액만큼만 결제되는(보증금이 환불되는) 시스템이었다. 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가게에 들어가 물어봤더니 친절히 도와주셨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

 링 로드(1번 도로)에 진입해 동쪽으로 달리면 먼저 셀야란즈포스(Seljallandsfoss)라는 폭포가 나온다. 약간 걸어가면 오른쪽 사진처럼 폭포 뒤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물이 많이 튀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때부터 살짝 감기에 걸렸던 것도 같다.

 폭포를 지나 운전하다 보면 브래지어가 많이 걸린 이상한 펜스와 아이슬란드 전통 건축 등 소소한 구경거리들이 많았다. 길가에서 풀을 뜯어먹는 말과 양들은 덤이다. 식사 시간이 되어 대략 이곳 근처에서 수프와 피쉬 앤 칩스를 나눠 먹었다. 아이슬란드에는 땅 넓이에 비해 식당이 많지 않기에 선택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점심식사. 수프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또다른 폭포, 스코가포스(Skógafoss)다. 개인적으로는 셀야란즈포스보다 낙수량이 많아서 더 멋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폭포 아래에서뿐만 아니라 오른쪽의 등산로를 올라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위쪽에서 보는 폭포의 모습과, 등산로 중간쯤에서 내려다본 초원의 모습이다. 양이 정말 많다.

비크 전경 / 비크이뮈르달 교회

 숙소가 있는 비크(Vík), 또는 비크이뮈르달(Vík í Mýrdal)에 도착해서는 일단 체크인을 한 뒤 주변 시내 구경을 했다. 사실 시내라고 하기도 조금 그렇고, 큰 마을 수준의 규모이지만 아이슬란드 남부를 관광하기에 비크만큼 좋은 거점이 없다. 고지대에 있는 빨간 지붕 교회가 가장 눈에 띈다.

 레이캬비크 숙소에서 양말 여러 개를 담아 놓은 팩을 두고 와서,  Katla라는 양모 제품 샵에서 양말을 샀다. 아이슬란드 물가가 비싸다 보니 의류 가격도 꽤나 비싸지만, 나름 구경해 볼 가치가 있던 곳이었다. 직물 짜는 기계, 약간 섬뜩하면서도 신기한 양의 두개골, 그리고 가게 안에서 우리를 반기던 개 한 마리가 기억난다.

 비크 근방의 디르홀레이(Dyrhólaey)에서는 등대와 함께 검은 모래가 펼쳐진 해변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아치형 구조는 아이슬란드 섬의 최남단 부분이다. 근방에서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새 퍼핀(아래 사진)이 출몰한다고 해서 열심히 찾아보기는 했으나, 이미 9월 말이라 그런지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퍼핀들은 보통 8월 중에는 아이슬란드를 떠나 바다로 향한다. 

퍼핀의 번식기 모습(by Richard Bartz)

 언젠가 아이슬란드에 다시 간다면 퍼핀을 구경해 보고 싶다. 저녁은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 만들어 먹었다. 

9월 24일

 비크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아침은 간단히 때웠던 것 같다. 이날 오전에는 빙하 트레킹 체험을 예약해 두었다. 30분 정도 운전해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에 도착했다. 이름을 직역하면 '태양의 집 빙하' 정도가 된다.

 간단한 장비들(아이젠과 헬멧, 얼음 곡괭 등)을 받고 빙하 쪽으로 이동했다. 우리 외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솔헤이마요쿨

 솔헤이마요쿨은 미르달스요쿨(Mýrdalsjökull)의 튀어나온 부분으로 접근성이 좋아 인기가 많은 곳이다. 빙하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꼭 가이드가 필요하다. 얼음 표면은 주변의 화산활동으로 인해 검은색 화산재로 덮여 있는데, 검은색인 화산재는 태양빛을 쉽게 흡수하여 얼음을 녹이는 원인이 되기도, 때로는 주변으로부터의 열을 차단하여 얼음을 유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름 동안 얼음이 녹아 검은색 화산재 층이 많이 보였다.

 본격적인 얼음 지형에 들어가기 전, 화산재로 덮인 곳에서 아이젠을 신고 조심히 이동했다. 중간중간 크레바스 같은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위험하거나 힘든 체험은 아니었다. 깨끗하고 시원한 빙하 녹은 물을 직접 마셔 보기도 하고, 피부에 좋다는(?) 화산재 흙을 약간 발라도 보았다. 곡괭이는 거의 쓰지는 않았지만 쓰는 척 사진도 찍었다.

빙하와 빙하 앞 호수

 이곳의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고 한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빙하 앞에 호수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빙하 길이는 매년 수십m씩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 찍힌 사진과 비교해 보아도 얼음이 많이 사라진 듯했다. 가이드는 우리가 본 모습을 알려서 세계에 경각심을 전파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이렇게 뚜렷하게 눈에 보이니까 마음이 무거워졌다.

솔헤이마요쿨의 변화(1997~2010)

빙하 투어는 약 3시간 이상 걸려 마무리되었다. 

 빙하에서 소모한 체력은 비크에 돌아가 피자를 먹으며 다시 채웠다. 뜬금없게도 대추야자 피자가 있었는데, 먹을 만 했다. 

멀리 보이는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 화산. 2010년 유럽 항공편을 마비시킨 원인이다.

 오후에는 다시 솔헤이마요쿨 방향으로 돌아가서, 비행기 잔해를 구경하러 갔다. 비행기 잔해가 있는 곳까지는 포장도로가 없어서, 걸어가거나 돈을 내고 일정 시간마다 다니는 버스를 타야 했는데 우리는 걸었다. 아이슬란드의 검은 땅 위를 정처 없이 걸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꽤 멀어서(편도 4km) 힘들다.

 비행기 잔해는, 당연하게도 별로 볼 것 없었다. 가깝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너무 멀어서 더 별로였던 것 같다. 돌아가면서는 중간중간 뛰기도 하면서 열심히 도파민을 충전했다.

 저녁에는 비크에서 가장 재밌는 볼거리 중 하나인 라바 쇼를 관람했다. 용암이 흐르고 식어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용암은 겉부분부터 빠르게 냉각되어 결국 오른쪽 아래처럼 흑요석으로 굳는다. 직접 화산 폭발을 보지는 못하는 관광객들에게 정말 좋은 체험인 것 같다. 

 원래 저녁을 이 라바 쇼 바로 옆에서 하는 수프 집에서 먹으려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그냥 숙소에서 직접 해 먹었다. 이날인지 그 전날인지, 양고기 요리를 하려고 했는데 마트에서 산 양고기가 너무 짜서 한 번 삶아서 썼던 기억이 난다.

 이날 밤에는 인생 첫 오로라를 보았다. 처음에는 약하게만 보이다가, 어두운 곳으로 운전해 가서 보니 일렁이는 모습이 조금 더 잘 보였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밝지 않아서 약간 실망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핸드폰 사진에서(특히 아이폰에서) 더 선명하게 나왔다. 

9월 25일

 나무판자를 던지면 물어서 오는 것을 좋아하던 숙소 앞 멍멍이를 뒤로하고 비크를 떠났다. 빨간 교회가 보이는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다가 기름이 살짝 옷에 튀었다.

좌 Skaftafellsjökull / 우 Svínafellsjökull

 비크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에는 한참 동안 아무 것도 없다. 그래도 주변의 지형이 계속 바뀌어서 중간에 내려 사진도 한 번 찍었다. 계속 가다 보면 전방에 빙하 지형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위 사진의 두 빙하는 모두 아이슬란드 최대의 빙하, 바트나요쿨(Vatnajökull)의 일부인 스카프타펠스요쿨(Skaftafellsjökull)스비나펠스요쿨(Svínafellsjökull)이다. 

 스카프타펠에서는 내려서 (편도)30분 정도 걸어 빙하를 가까이에서 구경했다. 전날처럼 빙하에 올라가지는 않았는데 이곳에서 트레킹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솔헤이마요쿨보다 규모가 많이 큰 것 외에는, 특별히 볼 만한 건 없었다. 빙하 반대편 방향으로 폭포가 있긴 한데, 이미 폭포를 많이 보고 와서 굳이 가지는 않았다.

그냥 찍은 아이슬란드 땅 / 스카프타펠 환영 문구

 스비나펠스요쿨은 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는 내려서 구경하지 않았지만 이곳 트레킹도 꽤나 인기가 있어 보인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한다면 어느 빙하를 트레킹할지 잘 골라 보자.

 요쿨살론(Jökulsárlón)은 바트나요쿨 빙하의 남동부 부분이 흘러 만들어진 호수다. 이곳에서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호수 위를 구경하는 상품을 예약했다. 

 이렇게 호수에 얼음이 떠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다. 중간에 가이드가 떠다니는 얼음을 약간 깨 만지고 먹어 볼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얼음 맛이 났다.

얼음 / 간단한 식사

 이곳 호수 옆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핫도그와 수프(랍스터 수프라고 쓰고 랑구스틴 수프가 나오는)를 먹었는데 가격에 비해 맛은 없었다. 

 사실 요쿨살론을 방문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곳 바로 옆에 일명 '다이아몬드 비치'라고 불리는, 얼음 조각들이 파도에 떠밀려 오는 해변이 있기 때문이다. 주차할 곳을 약간 헤매다가 서쪽 주차장에 주차했다. 얼음을 직접 주워 보면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아이슬란드에 오면 꼭 가고 싶었던 곳이고, 몇 년 전 소묘 과목 과제로 이곳 풍경을 직접 그린 적도 있어서 뜻깊었다.

직접 그린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 사진에는 얼음이 없지만 잘 보면 뒤쪽 배경 지형이 같다.

 숙소가 있는 회픈(Höfn)에는 5시 반쯤 되어서 도착했다. 전에 산 식재료들로 열심히 요리를 해 저녁을 먹었다. 

 저녁에 오로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예보에 혼자 나가서 찍어 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러다가 자정쯤 되어서 갑자기 오로라가 잘 보이기 시작해서, 차를 타고 최대한 어두운 곳까지 나가서 오로라 사진을 찍었다. 전날보다 훨씬 잘 보이고 잘 찍혀서 만족스러웠다.

 아이슬란드에 온 지 4일 만에 오로라를 두 번씩이나 보았으니 운이 정말 좋았던 같다. 이날 이후로는 날씨(지구, 우주 날씨)가 도와 주지 않았고 우리도 그렇게 열심히 기다리지 않아서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가만히 오로라를 보고 있으면 왜 오로라를 '춤춘다'고 하는지 와닿는다.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 않고 일렁이며 변화하는 미세한 발은 빛이 정말 신기하다. 나중에 오로라에 관해서나 좀 더 글을 써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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