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언제까지 게편일까?
임의의 동물이 게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가재가 게 편을 드는 이유가 생물학적(유전적) 연관성이라면, 어떤 동물까지 가재가 게 편을 들어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분석하기 위해서는 '가재'와 '게'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할 것이다.
먼저 가재와 게는 공통적으로 다음의 분류에 속한다.
진핵생물역 > 동물계 > 절지동물문 > (갑각아문) > 연갑강 > 십각목
Eukaryota > Animalia > Arthropoda > (Crustacea) > Malacostraca > Decapoda
즉 두 동물은 모두 십각목의 하위 분류에 속하는데, 십각목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여기에서 단미하목(Brachyura)이 게에 해당되며, 가재하목(Astacidea)가 가재에 해당된다. 그러나 Astacidea는 가재에 대한 매우 넓은 정의이며,한국어에서 지칭하는 '가재'는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민물가재 종인 참가재를 일컫는다. 이러한 좁은 정의로 볼 때 가재는 가재하목 하위의 가재과 > 가재속 (Cambaridae > Cambaroides)의 생물이다.
상대적으로 게보다 가재에 가까운 동물들이라면, 가재는 분명 게 편이 아닌 그 동물의 편을 들어 줄 것이다. 위의 십각목 분류표를 볼 때, 그러한 생물종은 Achelata, Polychelida, 그리고 Astacidea들에 해당된다.
Axiidea, Gebiidea, Anomura 하목에 대해 '게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서는 게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볼 것이며, 이쪽 분류의 생물과 게(Brachyura)가 싸운다면 가재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 이외의 종(Reptantia 이외의 십각목 또는 십각목이 아닌 생물)에 해당한다면, 가재는 게 편이 확실하다.
가재는 Astacidea 편
먼저 Astacidea(가재하목)부터 알아보자.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재의 넓은 의미에 해당되는 분류이므로 가재가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가재하목은 5개의 상과를 밑에 두고 있으며, 참가재와 미국가재, 유럽가재, 랍스터(바닷가재), 남방가재가 여기에 속한다.
가재는 Polychelida 편
Polychelida(폴리켈레스하목)에는 폴리켈레스과(Polychelidae)만이 존재한다. 이 생물들은 열대 및 아열대의 해저에 서식한다.
가재는 Achelata 편
Achelata(닭새우하목)에는 닭새우과(Palinuridae)와 매미새우과(Scyllaridae) 등이 있다. 이들은 바닷가재와 비슷하게 생기며 가재(크레이피쉬, 랍스터)등으로도 자주 불리지만, 엄연히는 바닷가재는 아니다.
*횟집에서 판매하는 '닭새우'는 가시배새우로, 실제 닭새우와는 매우 다른 종이다.
결론
게와 다른 동물이 싸우고 있는 상황을 가재가 지켜보고 있을 때,
i) 그 동물이 십각목의 Reptantia 분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가재는 게 편이다.
ex) 모든 척추동물, 십각목 이외의 절지동물, 새우(생이하목/Caridea, 수상새아목/Dendrobranchiata 등)
ii) 그 동물이 십각목이며, 가재하목/폴리켈레스하목/닭새우하목에 속하는 경우, 가재는 게 편이 아니다.
ex) 모든 가재, 닭새우, 부채새우
iii) 그 동물이 십각목의 Reptantia에 분류되나 ii)가 아닌 경우, 가재는 소신대로 행동한다.
ex) 다른 게(Brachyura), 소라게,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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