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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구리의 잡학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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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소찾] 01.옹달샘(Drunten im Unterland)

by 자연데생 너구리 2023. 5. 8.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하다가 /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요

 
 어린이날은 지났지만 가볍게 동심이나 찾아볼까 싶다. (애초에 세소찾은 그냥 부담 없이 막 쓰려고 한다. 블로그가 조용한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첫 번째 세계의 소리는 이미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멜로디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의 가사로 번안되어 동요로 사용되고 있는데, 원곡은 독일 민요 'Drunten im Unterland'이다.

Studiochor Berlin - Drunten im Unterland (합창, 2절 미포함)
Vreni & Rudi - Drunten im Unterland (좀더 활기찬 버전)
Drunten im Unterland, da ist's halt fein.
저 아랫 동네 거긴 정말로 멋지죠
Schlehen im Oberland, Trauben im Unterland,
언덕엔 자두가 평지엔 포도가
drunten im Unterland möcht'i wohl sein.
저 아랫 동네에서 살고 싶어요

Drunten im Neckartal, da ist's halt gut
네카강 계곡 아래 거긴 정말로 좋죠
Ist mer's da oben 'rum manchmal a no so dumm
언덕을 넘으면 가끔 낯설긴 하지만
han i doch alleweil drunten gut's Blut.
난 아랫 동네에서 늘 기분이 좋아요

Kalt ist's im Oberland, drunten ist's warm
윗 동네는 춥고 아랫 동네는 따뜻하죠
oben sind d'Leut so reich, d'Herzen sind gar net weich
윗 동네 사람들은 부자지만 마음씨는 박하지요
b'sehn mi net freundlich an, werden net warm.
날 쌀쌀맞게 대하면 친해지진 못하죠

Aber da unten 'rum, da sind d'Leut arm,
하지만 아랫 동네의 사람들은 가난하지요
aber so froh und frei und in der Liebe treu
그래도 정말 즐겁고 자유롭고 사랑하고 신뢰하죠
drum sind im Unterland d'Herzen so warm.
아랫 동네 사람들의 마음씨는 참 따뜻해요

 

내용에 관해서

 아랫동네인 Unterland와 윗동네 Oberland가 언급되며, 대체로 아랫동네가 낫다는 내용이다. 쌀쌀맞은 부자들과 착한 서민들이라는 꽤 흔한 클리셰다. 대충 윗동네를 서울로, 아랫동네를 남쪽 지방 어딘가로 치환해도 말이 잘 맞을 것 같다.  동심 찾기에는 깊은 산속 옹달샘이 나아 보이긴 하지만 원곡 가사도 알고 있다면 좋지 않을까?

언어에 관해서

 독일어는 게르만어파에 속하며 방언이 꽤나 두드러지는 언어다. 크게는 독일 남부의 고지 독일어와 북부의 저지 독일어로 분류되는데, 고지 독일어가 다시 중부 독일어와 상부 독일어로 분류된다. 이 노래에서는 지명으로 네카 강이 언급되는데, 이는 라인강의 지류로 슈바벤(Schwaben) 지역을 지나가는 강이다. 곡의 가사도 슈바벤 지역 방언으로 되어 있으며 상부 독일어에 해당된다. 억센 방언이라 표준 독일어 화자도 알아듣기 쉽지 않다고 한다.

슈투트가르트 인근 네카 강(좌) / 독일어권의 방언 분류(우). 25번이 슈바벤 지역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일어는 로마자를 쓰고, 영어와 비슷한 점도 꽤 있기 때문에 가사를 알아보기 어려운 편은 아니다. 당장 unterland와 oberland도 영어 under와 over를 생각하면 된다. 읽을 때에도 그냥 w를 [v]로 읽고, ei를 [aɪ̯]로 읽는 등 몇 가지만 알면 되겠다. 가사를 잘 보면 어느 정도 운율도 맞춰진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 가사

 갑자기 한국어 가사를 다시 보니 1절 가사에 궁금한 점들이 조금 생긴다. 야생 토끼는 기본적으로 야행성인데 새벽에 일어났다는 것부터가 조금 이상하지만, 뭐 밤에도 좀 잘 수도 있으니 일단 넘어가자. 그보다는 대체 왜 세수하러 왔는데 물만 먹고 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흥미롭게도 이 가사에 대해 검색해 보니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깨끗한 물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수를 참았다는 가설이 있고, 그냥 멍청해서 온 목적을 잊어버렸다는 가설도 있다. 쓸데없는 고민이지만 한 번 생각해 볼 만도 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Drunten im Unterland (Traditional), ChoralWiki (https://www.cpdl.org/wiki/index.php/Drunten_im_Unterland_(Traditional))
Neckar,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Neckar)
High German Language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High_German_languages)
깊은 산속 옹달샘...,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gds2019/221214897631)

이 글에는 비전문가의 뇌피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