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끝을 향해 달려가던 1980년대, 소련에서는 고르바초프가 글라스노스트(Гласность)/페레스트로이카(Перестройка)라는 개혁 정책이 도입되면서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서방에서 한창 비틀즈가 활동하고 락이 유행해도 암흑기였던 소련의 락 음악이 황금기를 맞이한 것도 이 때 즈음이다. 밴드 키노(Кино)도 이 때 등장했는데, 소련에서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현재까지도 러시아 락의 전설로 사랑받고 있다. 키노의 보컬이자 리더인 빅토르 초이(Виктор Цой)가 한국인(고려인)-우크라이나인 혼혈이다 보니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키노의 곡들은 마치 소련의 붕괴를 예견하듯, 소련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고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느낌이 많다. 오늘 세소찾에서 알아볼 곡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은 키노를 대표하는 동명의 앨범 타이틀곡으로, 전쟁에 투입되는 군인의 독백을 담고 있다.
Тёплое место, но улицы ждут
쬬쁠라예 몌스따, 노 울리쯰 쥐둣
따스한 곳에 있어도 거리는
Отпечатков наших ног
앗삐차꼬프 나쉬흐 녹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린다
Звёздная пыль - на сапогах
즈뵤즈드나야 쁼 나 싸빠가흐
부츠 위엔 별의 먼지가 쌓여 있고
Мягкое кресло, клетчатый плед
먁까예 끄례슬라 끌롓차띄 쁠롓
부드러운 의자, 격자무늬 담요,
Не нажатый вовремя курок
녜 나좌띄 보브례먀 꾸록
제때 당기지 못한 방아쇠,
Солнечный день - в ослепительных снах
쏠니치늬 젠 바슬례삐쩰늬흐 스나흐
화창한 날은 눈부신 꿈 속에나 있네
Группа крови - на рукаве
그루빠 끄로비-나 루까볘
내 소매에는 혈액형
Мой порядковый номер - на рукаве
모이 빠럇꼬븨 노몌르 나 루까볘
내 소매에는 군번이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в бою, пожелай мне: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바유, 빠줼라이 므녜
전장에서 나의 행운을 빌어다오, 빌어다오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행운을 빌어다오, 행운을 빌어다오
И есть чем платить, но я не хочу
이 예시찌 쳄 쁠라찌찌, 노 야 녜 하추
댓가야 치를 수 있다지만
Победы любой ценой
빠볘듸 류보이 쩨노이
그런 승리는 원치 않아
Я никому не хочу ставить ногу на грудь
야 니까무 녜 하추 스따비찌 노구 나 그루찌
누구의 가슴도 짓밟고 싶지 않아
Я хотел бы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야 하쩰 븨 아스땃싸 쓰 따보이
너와 함께 하고 싶었어
Просто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쁘로스따 아스땃싸 쓰 따보이
그저 너와 함께 남기만을 바랬어
Но высокая в небе звезда зовёт меня в путь
노 븨소까야 브 녜볘 즈볘즈다 자뵷 미냐 프 뿌찌
그러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오른 별이 나를 길로 부르고 있어
Группа крови - на рукаве
그루빠 끄로비 나 루까볘
소매에는 혈액형
Мой порядковый номер - на рукаве
모이 빠럇꼬븨 노몌르 나 루까볘
내 소매에는 군번이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в бою, пожелай мне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바유, 빠줼라이 므녜
전장에서 나의 행운을 빌어다오, 빌어다오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행운을 빌어다오, 행운을 빌어다오
내용에 관해서
1979~1989년 동안 진행되었던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시대적으로 맞물려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별(소비에트 정부)에 의해 전장으로 끌려가는 군인이 죽은 채로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빅토르 초이가 이 곡에 대해 별다른 해석을 남기지 않았으며 본인이 정치적인 메시지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편이다.
해석을 제쳐두고 들어 보아도 비극적인 가사와 어딘가 어두운 러시아의 사운드가 잘 어우러진다. 현역 군인으로서 전쟁 끌려가면 생각날 것 같은 곡이다.
언어에 관해서
소련은 다민족국가이고 사용되는 언어도 많았지만 대체로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다. 러시아어는 인도유럽어족 슬라브어파 동슬라브어군에 속하며, 러시아 및 주변 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다.
러시아어는 키릴 문자를 쓰기에 일반인이 읽기 쉽지는 않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키릴 문자가 꽤나 멋있다고 생각해서 공부했었는데 사람에 따라 너무 딱딱하고 냉혹해 보이는 글자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조금만 공부해 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긴 하다. (그리스 문자를 조금 안다면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여기서 발음을 전부 다루기에는 이상할 것 같아 쓰려면 글을 따로 쓰던지 해야 될 것 같다. 러시아 음악도 아마 이게 끝이 아닐 것이므로 다음 번에는 알파벳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내용을 가져와 보도록 하겠다.
참고자료
Rock music in Russia,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ock_music_in_Russia)
혈액형(키노), 나무위키 (https://namu.wiki/w/%ED%98%88%EC%95%A1%ED%98%95(%ED%82%A4%EB%85%B8))
이 글에는 비전문가의 뇌피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WORLD > SE SO C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소찾] 07.하늘을 나는 꿈(Sogno di Volare) (0) | 2023.06.25 |
---|---|
[세소찾] 06.당년정(當年情) (0) | 2023.06.16 |
[세소찾] 04.보리수나무 아래서의 사랑(Dragostea Din Tei) (0) | 2023.05.19 |
[세소찾] 03.유령도쿄(幽霊東京) (0) | 2023.05.19 |
[세소찾] 02.The girl from Ipanema(Garota de Ipanema) (0) | 2023.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