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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구리의 잡학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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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소찾] 05.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

by 자연데생 너구리 2023. 6. 3.

소련 락의 전설, 키노의 빅토르 초이 기념우표

 냉전이 끝을 향해 달려가던 1980년대, 소련에서는 고르바초프가 글라스노스트(Гласность)/페레스트로이카(Перестройка)라는 개혁 정책이 도입되면서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서방에서 한창 비틀즈가 활동하고 락이 유행해도 암흑기였던 소련의 락 음악이 황금기를 맞이한 것도 이 때 즈음이다. 밴드 키노(Кино)도 이 때 등장했는데, 소련에서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현재까지도 러시아 락의 전설로 사랑받고 있다. 키노의 보컬이자 리더인 빅토르 초이(Виктор Цой)가 한국인(고려인)-우크라이나인 혼혈이다 보니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키노의 곡들은 마치 소련의 붕괴를 예견하듯, 소련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고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느낌이 많다. 오늘 세소찾에서 알아볼 곡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은 키노를 대표하는 동명의 앨범 타이틀곡으로, 전쟁에 투입되는 군인의 독백을 담고 있다.

키노 -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
Тёплое место, но улицы ждут
쬬쁠라예 몌스따, 노 울리쯰 쥐둣
따스한 곳에 있어도 거리는
Отпечатков наших ног
앗삐차꼬프 나쉬흐 녹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린다
Звёздная пыль - на сапогах
즈뵤즈드나야 쁼 나 싸빠가흐
부츠 위엔 별의 먼지가 쌓여 있고
Мягкое кресло, клетчатый плед
먁까예 끄례슬라 끌롓차띄 쁠롓
부드러운 의자, 격자무늬 담요,
Не нажатый вовремя курок
녜 나좌띄 보브례먀 꾸록
제때 당기지 못한 방아쇠,
Солнечный день - в ослепительных снах
쏠니치늬 젠 바슬례삐쩰늬흐 스나흐
화창한 날은 눈부신 꿈 속에나 있네

Группа крови - на рукаве
그루빠 끄로비-나 루까볘
내 소매에는 혈액형
Мой порядковый номер - на рукаве
모이 빠럇꼬븨 노몌르 나 루까볘
내 소매에는 군번이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в бою, пожелай мне: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바유, 빠줼라이 므녜
전장에서 나의 행운을 빌어다오, 빌어다오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행운을 빌어다오, 행운을 빌어다오


И есть чем платить, но я не хочу
이 예시찌 쳄 쁠라찌찌, 노 야 녜 하추
댓가야 치를 수 있다지만
Победы любой ценой
빠볘듸 류보이 쩨노이
그런 승리는 원치 않아
Я никому не хочу ставить ногу на грудь
야 니까무 녜 하추 스따비찌 노구 나 그루찌
누구의 가슴도 짓밟고 싶지 않아
Я хотел бы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야 하쩰 븨 아스땃싸 쓰 따보이
너와 함께 하고 싶었어
Просто остаться с тобой
쁘로스따 아스땃싸 쓰 따보이
그저 너와 함께 남기만을 바랬어
Но высокая в небе звезда зовёт меня в путь
노 븨소까야 브 녜볘 즈볘즈다 자뵷 미냐 프 뿌찌
그러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오른 별이 나를 길로 부르고 있어

Группа крови - на рукаве
그루빠 끄로비 나 루까볘
소매에는 혈액형
Мой порядковый номер - на рукаве
모이 빠럇꼬븨 노몌르 나 루까볘
내 소매에는 군번이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в бою, пожелай мне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바유, 빠줼라이 므녜
전장에서 나의 행운을 빌어다오, 빌어다오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Не остаться в этой траве
녜 아스땃싸 베따이 뜨라볘
이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пожелай мне удачи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빠줼라이 므녜- 우다치
행운을 빌어다오, 행운을 빌어다오

 

내용에 관해서

 1979~1989년 동안 진행되었던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시대적으로 맞물려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별(소비에트 정부)에 의해 전장으로 끌려가는 군인이 죽은 채로 들판에 남겨지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빅토르 초이가 이 곡에 대해 별다른 해석을 남기지 않았으며 본인이 정치적인 메시지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소련군 (1988, Михаил Евстафьев)

 해석을 제쳐두고 들어 보아도 비극적인 가사와 어딘가 어두운 러시아의 사운드가 잘 어우러진다. 현역 군인으로서 전쟁 끌려가면 생각날 것 같은 곡이다.

언어에 관해서

 소련은 다민족국가이고 사용되는 언어도 많았지만 대체로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다. 러시아어는 인도유럽어족 슬라브어파 동슬라브어군에 속하며, 러시아 및 주변 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다.

ipa 기호로 대략 나타낸 러시아어 발음

 러시아어는 키릴 문자를 쓰기에 일반인이 읽기 쉽지는 않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키릴 문자가 꽤나 멋있다고 생각해서 공부했었는데 사람에 따라 너무 딱딱하고 냉혹해 보이는 글자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조금만 공부해 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긴 하다. (그리스 문자를 조금 안다면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여기서 발음을 전부 다루기에는 이상할 것 같아 쓰려면 글을 따로 쓰던지 해야 될 것 같다. 러시아 음악도 아마 이게 끝이 아닐 것이므로 다음 번에는 알파벳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내용을 가져와 보도록 하겠다.


참고자료
Rock music in Russia,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ock_music_in_Russia)
혈액형(키노), 나무위키 (https://namu.wiki/w/%ED%98%88%EC%95%A1%ED%98%95(%ED%82%A4%EB%85%B8))

이 글에는 비전문가의 뇌피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