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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구리의 잡학탐구
LIFE/TRAVEL

여행의 시작, 두바이

by 자연데생 너구리 2024. 9. 9.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은 이탈리아와 이집트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집트까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중동 어딘가에서 경유를 해야 하는데, 단순히 경유하는 것보다는 며칠 묵으면서 여행해 보고 싶어서 아랍에미리트에 입국하기로 계획했다. 


아랍에미리트(الإمارات العربية المتحدة, United Arab Emirates)

아랍에미리트 국기 /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 또는 UAE는 아라비아 반도 동쪽의 국가로 아라비아 만(페르시아 만)과 접한다. 7개의 에미르국(Emirates, 토후국)이 연합하여 만들어낸 국가로, 각 에미르국은 '에미르'라는 사실상의 왕들이 세습으로 실질 지배한다. 보통 가장 큰 토후국인 아부 다비의 에미르가 대통령직을 맡으며 수도 역시 아부 다비이나 최대 도시인 두바이가 더 잘 알려져 있다.

 인구는 대략 1000만 명이나 실제 에미리트인은 100만 명 안팎이고 외국인 인구가 상당히 많은 것이 특이하다. 이들 외국인들은 상당수가 인도/파키스탄계이며, 외국인이 많이 사는 특성상 영어가 널리 통용된다.


비행기 좌석에서 음악 듣기 / 메카 방향도 알 수 있다

 7월 17일 자정쯤에 일행 2명과 함께 인천에서 에미레이트 항공을 탔다. 비행기를 그리 많이 타 본 것은 아니지만 에미레이츠항공은 상당히 괜찮았다. 좌석 앞의 화면으로 게임이나 영화, 음악 등을 즐길 수 있었고 두바이 관광 홍보 영상(관광지, 맛집 등)도 볼 수 있었다. 원래 비행기에서 들으려고 노래를 몇 개 다운로드해 놓았었는데 이곳에 평소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역 노래들이 저장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들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해외여행 느낌을 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약 9시간 정도 걸려서 현지 시각 5시쯤에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주차장에 우버를 잡는 공간이 있어 그쪽에서 우버를 잡아 호텔에 짐을 맡기고 여행을 시작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새벽인데도 열기와 습기가 느껴졌다. (아랍에미리트는 습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7월이라 밤에도 적어도 30도는 넘었다)


7월 18일

Al Fahidi Street

 이른 아침 식사는 현지식을 선택했다. 두바이 구시가지 Al Fahidi Street의 Arabian Tea House는 전통 조식으로 유명한 곳인 듯한데, 일찍 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바닥이 하얀 자갈로 되어 있으며 소금/후추통이 인상적인 곳이다.

 가장 인기 있는 듯한 Special Emirati Breakfast Tray다. 중앙의 음식은 발랄리트(بلاليط, Balaleet)인데, 아주 얇은 파스타의 일종인 베르미첼리(Vermicelli)를 사프란과 설탕, 카다멈과 함께 조리하여 계란 오믈렛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주변 그릇에는 다양한 콩과 치즈, 그리고 대추야자 시럽과 수박 잼이 있으며 이것들을 아래쪽 그림의 얇은 빵과 함께 곁들여 먹는다. 

 오른쪽은 추가로 시킨 Khameer Halloumi Zaatar, 왼쪽에서도 보이는 Khameer라는 빵에 할루미 치즈와 자타르라는 중동식 향신료, 토마토 등의 채소를 넣은 요리다. 이 할루미(Hallloumi)라는 치즈는 키프로스에서 기원하여 지중해 동쪽 지역에서 즐겨 먹는 것인데, 짭짤하고 특이한 맛이며 자타르(Zaatar)와 잘 어울린다. 가격은 조금 나갔지만 중동 음식을 입문하기 좋은 곳이었다. 

Al Fahidi 역사마을

 이 가게가 있는 Al Fahidi 거리는 전통 건물이 밀집한 구역으로 두바이가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기 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만 필자가 갔을 때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몰라도 닫혀 있거나 공사 중인 건물이 많았다. 열려 있던 가게 중 하나에서 우리는 아랍 전통 의복을 입어 보고 구매할 수 있었다. 남성이 입는 하얗고 긴 옷을 에미레이트 방언으로 칸두라(كندورة, kandura)라고 하며 모자는 구트라(غتر, ghutra)라고 한다. 옷은 나름 편안하긴 한데, 모자는 걸리적거려 조금 불편했다.

두바이 구시가지의 길거리 / 잠시 쉬어갔던 식료품점

 다음 목적지까지는 걸어서 이동했다. 오전인데도 상당히 더웠던 기억이 난다. 중간에 마트를 들렀는데 에어컨을 가동 중이었어서 약간 휴식할 수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실내에서 웬만하면 에어컨을 가동하니 여름에 밖을 돌아다닌다면 중간중간 실내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Al Shindagha Museum

물을 담아 나르던 통

 Al Shindagha Museum은 두바이 구시가지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한 건물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건물로 나뉘어져 있어 보고 싶은 테마를 선택해 구경할 수 있다. 두바이의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하는데 이곳에 약 2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였음에도 다 보지 못할 정도로 내용이 많았다. 나름 양질의 전시가 많으며, 사람도(적어도 필자가 갔을 때는) 별로 없어서 일부 전시관에서는 직접 설명도 해 주므로 두바이의 옛날 모습에 관심이 있다면 가 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귀금속/진주 공예 전시관과 향수 전시관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두바이 전통 여성 장신구 / Musk(사향) 냄새를 맡아볼 수 있는 전시물

 귀금속 전시관에서는 두바이 사람들이 착용하던 장신구와 칼 등을 볼 수 있으며, 향수 전시관에서는 향을 직접 맡아보는 것이 가능하다. 에미레이트에서는 가족들이 모였을 때 향로에 이러한 향을 피워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두바이의 음식 및 커피 문화를 볼 수 있는 전시관, 진주 산업과 어업, 무역업에 관해 볼 수 있는 전시관, 아랍 전통 의학 전시관, 청동기 시대 유물 전시관 등 다양한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커피 주전자와 커피잔 / 무역에 사용된 인도 루피화와 오스트리아 마리아 테레지아 탈러

 또 이곳 가운데에는 두바이의 아미르(에미르)가 거주하던 건물(Saeed Al Maktoum House)이 있는데, 현재는 두바이 역대 왕들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런 전제군주제 국가에 온 것이 처음이라 사람들이 왕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전시 해설이나 가이드의 말을 들어 보면 두바이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려 준 왕실을 상당히 존경하고 감사해하는 듯했다.

여러 외국어로 번역된 두바이 국왕의 자서전. 기념품점에서 판매 중이었다

 여기부터는 이 전시관에서 배운 두바이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는데, 궁금하지 않다면 넘겨도 좋다.


더보기 : 두바이의 역사

진주 / 진주를 크기별로 분류하는 장비 / 전통 방식으로 잠수해 진주를 찾는 사람들

 두바이를 포함해 걸프* 해안가 사람들은 어업에 종사하거나 바다에 잠수해 진주를 캐는 일(Pearl Diving)을 하며 살았다. 1820년에 영국이 걸프 연안 토후국들과 보호조약을 맺어 영국의 보호령이 되나 각 토후국의 자치권은 인정되었다. 1830년대부터는 아부다비에서 건너온 알 막툼(آل مكتوم, Al Maktoum) 가문이 두바이를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두바이는 진주 산업이 유명한 어촌 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두바이의 역사에 관한 전시물. 순서대로 영국의 보호령이 된 두바이, 대공황으로 인한 몰락, 석유의 발견

 두바이는 20세기 초 당시 에미르였던 Sheikh** Maktoum bin Hasher Al Maktoum이 상인들에 대한 면세 정책을 펼치면서 무역업이 발달해 항구도시로서 크게 성장하였다. 1929년 대공황 이후로 진주 산업이 무너지면서 암흑기를 거쳤으나, Sheikh Rashid bin Saeed Al Maktoum때인 1960년대에 석유가 발견되면서 다시금 도약할 수 있었다. 1971년에 영국이 물러나면서 다른 토후국들과 함께 아랍에미리트를 건국하고, 석유 산업과 무역업을 통해 얻은 자본을 다시 도시 인프라에 투자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춘다. 대규모의 건설 사업은 주변 지역으로부터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들여 인구를 크게 증가시켰다.

*Gulf(걸프) : 페르시아 만/아라비아 만을 일컫는 이름.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이 바다를 이란인들은 페르시아 만이라고 부르며, 아랍인들은 아라비아 만이라고 부르기를 선호한다. 명칭 논란이 있다 보니 영어권에서 단순히 Gulf라고도 많이 부른다.
**Sheikh(شيخ, 셰이크) : 원로, 수장을 뜻하는 아랍어로 아랍 지역 군주의 호칭으로 사용된다.


점심은 박물관 근처의 식당(Star Grills)에서 먹었다. 그리 고급져 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꽤 괜찮았다.

 가장 왼쪽은 병아리콩을 반죽하여 튀겨낸 팔라펠(فلافل, Falafel)이다. 중동 전역에서 즐겨 먹는 유명한 요리로, 바삭하고 맛있다. 중앙의 소스 중 오른쪽은 후무스(حمص, Hummus)라는, 역시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음식이고 나머지 둘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매콤한 마늘 페이스트와 요거트 느낌의 소스였던 것 같다. 이들은 오른쪽의 납작한 빵과 곁들여 먹는다.

 메인으로 시킨 생선과 고기(믹스 그릴)다. 샐러드와 감자튀김이 같이 나온다. 생선은 하무르(Hamour)라는 걸프 지역에서 즐겨 먹는 어종이었는데 양념이 잘 되어 있어서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오른쪽은 양고기와 닭고기 구이(케밥) 그리고 시시 타우크(Shish Tawook)라는 고기를 뭉쳐 구워낸 요리가 나왔다. 고기 역시 향이 풍부하고 맛있었다. 날이 워낙 덥기도 했지만 대체로 음식이 짜서 물을 많이 먹었던 것 같고, 또 세 명이서 먹기에 빵과 고기의 양이 많아서 포장하여 저녁에도 이것을 먹었다.

아마 이 생선을 먹은 것 같다. 박물관에서 찾아냈다

 점심을 먹은 후에 일행 둘은 숙소로 돌아가 쉬었고, 필자는 혼자 상술했던 박물관을 마저 보다가 너무 전시가 많아서 지치기 시작해 결국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우버를 타기 전 42도의 매우 습한 날씨에 가게에서 사 마신 코카콜라는 정말 맛있었다.

 숙소는 Festival City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이었는데, 시설이 꽤 괜찮았다. 잠깐 쉬다가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고, 점심 때 가져온 음식에 조금 장을 더 봐 와서 저녁을 해결했다. 

두바이 향신료 시장(Dubai Spice Souk)

Spice Souk의 다양한 향신료들

 밤에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일행 1명과 함께 두바이 향신료 시장에 갔다. Souk(수크)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온갖 향신료들과 차, 향수 등을 판매하는데 꽤 호객행위가 많다.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차를 조금 샀는데, 바가지 당한 것 같아서 많이 찝찝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바가지는 아니었던 것 같고, 차도 맛있었으나 한국에서 보관을 잘못했는지 벌레가 생겨서 안타깝게도 더 이상 못 마시게 되었다. 차를 샀던 가게에서 향신료들도 여러 가지 보여 주며 냄새를 맡아보게 해 주었는데, 정말 특이한 것들이 많았다. 필자는 향신료를 좋아하지만, 여기서 한국까지 가져간 뒤 잘(꾸준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구매는 하지 않았다.

 스파이스 수크 주변에는 금 시장인 골드 수크를 비롯해 별의별 물건을 다 판다. 그냥 동대문시장이랑 느낌이 비슷했던 것 같다. 밤인데도 혼잡하고 사람이 많았고(오히려 낮에는 더워서 없을지도 모르겠다), 꽤 넓어서 빠져나오는 데에도 조금 애를 먹었다. 


7월 19일

다양한 치즈와 꿀

 아랍에미리트에서의 두 번째 날. 호텔 조식은 꽤 잘 나왔다. 필자는 아랍식 치즈와 빵을 중심으로 먹었는데 Labneh와 Halloumi 등 아랍식 치즈들이었다.

두바이 몰(Dubai Mall)

Duabi Creek과 수로를 건너는 배(대중교통)

 오늘의 행선지는 두바이 몰이다. 숙소 앞으로 보이는 물길은 Dubai Creek(수로)으로, 이곳은 배를 타고 건널 수 있다. 건너서 조금 걸으면 Creek역에서 전철을 탈 수 있었다. 두바이 메트로는 규모가 크지는 않았으나 깔끔하고 에어컨이 잘 됐다. 지하보다는 지상 구간이 많았고, 노선은 두 개였는데 1호선(레드 라인)이 두바이 중심가를 쭉 지나가는 모습이다. 필자는 환승을 한 번 해서 Burj Khalifa/Dubai Mall 역에 도착했다.

두바이 메트로의 모습 / 열차 안에서 본 두바이 미래박물관

 역에서 통로를 따라 꽤 걸으면 두바이 몰에 입장할 수 있다. 두바이 몰은 상당히 커서, 필자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사전에 두바이 몰 앱을 다운로드받아 위치추적을 켜고 지도를 보며 돌아다녔다. (지도 없이 못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다)

두바이 몰 내부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답게 뭐가 정말 많은 곳이었다. 두바이 기념품들은 물론이고 음식점들과 옷 가게들, 전자제품, 또 온갖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하여 있었는데 필자가 명품을 잘 몰라서 유심히 보지는 못했다. 중간중간 재밌어 보이는 가게들을 들렀는데 나이키 매장이 있어 들어가 보았더니 한국 백화점 나이키 매장의 3배쯤 되어 보이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백화점 내부에 아이스링크와 아쿠아리움도 있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대형 분수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가 보인다.

 두바이, 더 나아가 아랍에미리트의 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부르즈 할리파를 보는 것은 멋진 경험이다. 아마 조금 덜 더웠으면 더 멋졌을 것이다. 두바이 몰 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딱히 현지 음식은 아니었기에 자세히 소개하지 않겠다(치킨과 크레페를 먹었다). 혹시나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두바이 초콜릿'이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두바이 몰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알아본 바로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두바이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배달 주문을 해야만 구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

 필자는 이 쇼핑몰에서 소비를 많이 하지는 않았으나, 다양한 매장들이 모여 있는 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확실히 전날 방문한 두바이 구시가지와는 달리 더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두바이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소다.

아부다비로

두 가지 숫자로 표기된 속도 표지판

 사실 두바이에는 볼 게 더 많지만, 일정상 두바이에서는 1박만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부다비로 떠났다. 아부다비까지는 원래 버스를 이용하려다가 일행의 건강 + 편의상 이유로 택시를 이용했는데, 약 1시간 반 ~ 2시간 정도 걸렸다. 택시 창문을 보면서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는데 먼저 아부다비 - 두바이 사이 사막 구간이 꽤 길다는 것, 아랍에미리트에 일본 차가 많다는 것, 그리고 택시 창문에 택시 요금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요금 정보와 탑승 규정을 표시해 놓은 점은 마음에 들었다.

 아부다비에서는 2박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예상치 못한 문제로 무려 6박을 하게 된다. 아부다비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다.


더보기 : 토막 아랍어

여행을 가서 가장 많이 쓸 구절은 아마 '감사합니다' 일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شكرا (Shukran, 슈크란) : 감사합니다

아마 상대방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عفوا (ʿAfwan, 아프완) : 천만에요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는 것도 잘 기억해 두자. 단, 숫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