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Al Zahiyah
오전에 Reem Island에 있는 숙소에서 출발해 Al Zahiyah 지역에 있는 Jannah Burj Al Sarab 호텔로 이동했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일단 짐을 맡긴 뒤 든든한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출발했다. 주변 지역이 텅텅 비어 있어 쇼핑몰에 가거나 배달을 시켜 먹어야 했던 Reem 섬과는 달리 이 지역은 식당과 마켓 등이 밀집해 있는 복잡한 시내 지역이었다.
High Range Restaurant은 케랄라(남인도)식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었는데 배달 주문이 쌓여 있어서 한눈에 보아도 맛집 같았고, 서비스나 요리 모두 그 그대에 부응하는 곳이었다. 두 가지의 고기 커리(아래쪽의 향이 강하고 매콤한 것과 위쪽의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 부드러운 것)를 납작한 빵과 함께 먹었으며, 바나나 잎 위에 담겨 나온 쌀 요리 비르야니(Biryani)에는 몇 가지 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비르야니는 웬만해서는 맛없을 수가 없는 요리고, 아마 아래쪽 커리가 식당 대표 메뉴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너무 맛있었다.
자꾸 UAE에서 인도 요리를 먹게 되는데, 남아시아계 근로자들이 워낙 많으니 인도 식당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솔직히 아랍 요리보다 인도 요리가 더 맛있었다. 아라비아야 미안해)
더보기 : 인도 요리
인도같이 사람이 많고 땅도 넓은 나라들은 그만큼 문화 차이가 많이 난다. 요리 역시 예외가 아닌데, 인도 요리를 간략하게만 분류해 보면 북인도와 남인도 요리로 나눌 수 있는다. 북인도는 밀을, 남인도는 쌀을 주식으로 먹는다는 것 이외에도 사용하는 향신료나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한국의 인도 음식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무르그 마크니(버터 치킨), 팔락 파니르, 탄두리 치킨 등의 음식은 대부분 북인도 요리 중심이다.
금속 그릇을 많이 사용하는 북인도 요리와는 달리 남인도 지역의 요리는 전통적으로 바나나 잎 위에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필자가 먹은 메뉴 사진을 잘 보면 비르야니뿐만 아니라 커리 접시에도 바나나 잎이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코코넛 밀크를 사용하는 것도 남인도식 조리법이다. 사실 필자가 저 식당에서 '남인도 요리'만 시킨 것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한국 인도 음식점에서 먹던 것과는 꽤나 다르면서도 상당히 맛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식사 후에 주변 공원을 산책했는데, 너무 덥고 습해서 그리 오래 걷지는 못했다. 중간에 미로 공원 같은 곳을 지나면서 미로를 풀지 못해서 체력을 꽤나 소모한 탓도 있었다. 카림으로 차를 잡아서 숙소로 돌아가 체크인을 했는데, 숙소는 꽤 시설이 좋았다.
Qasr Al Hosn
아부다비에 오래 있게 된 만큼 여기저기 다녀 보기로 했다. 주변 버스 정류장에서 이용권을 사서 버스로 이동했는데, 구매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서 아부다비에서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용해 볼 만 하다. 시스카스르 알 호슨(Qasr Al Hosn)은 아부다비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이자 랜드마크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어 아부다비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도시 아부다비의 역사는 Bani Yas(بنو ياس)라는 부족 연맹이 1760년경 서쪽의 Al Dhafra 지역 사막에서 아부다비 섬으로 이주하며 시작된다. 해안가인 아부다비는 어업과 진주 산업, 무역업을 통해 점차 성장하고, 성장하는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감시탑과 요새를 지었던 것이 점차 증축되어 아부다비 국왕이 머무는 '알 호슨 궁전'이 되었다.
아부다비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동안 Sheikh Zayed bin Khalifa Al Nahyan의 치하에서 번영을 누리지만 대공황으로 진주 산업이 망하고, 또 일본을 시작으로 진주 양식이 성공하면서 위기를 겪는다 -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석유가 발견되어 다시 번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박물관에서는 이러한 아부다비의 황금기와 암흑기, 그리고 부활의 과정에 관한 전시물들로 아부다비의 역사를 보여 주고 선대 국왕의 업적을 기리고 있는데, 간단히 둘러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다. 전시는 2층까지 보면 생각보다 분량이 많다.
요새(궁궐) 근처에 House of Artisans라는, 전통 공예에 관한 전시관이 따로 있는데 이곳에서는 실제 사람들이 전통 방식으로 공예를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아마 전통 커피 체험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뭔가 소통이 잘못되었는지, 시간이 안 맞았는지 아쉽게도 체험하지 못했다. 대신 근처의 The Espresso Lab이라는 카페에 방문했는데, 음료 값이 상당히 비쌌지만 맛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저녁은 숙소 근처의 레바논 음식점 Sajway Restaurant에서 먹었다. 왼쪽 사진은 가지로 만든 소스인 바바 가누쉬(Baba Ganoush)와 중동식 샐러드인데, 둘 다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메인으로는 얇은 빵에 고기 등의 재료를 감싸 먹는 음식인 샤와르마(Shawarma)와 믹스 그릴을 시켜 먹었는데, 믹스 그릴(다양한 고기 바베큐 조합)은 아무 식당에서 시켜도 웬만해서 맛있으니 중동에 오면 꼭 먹어 보자. 다만 계속 믹스 그릴과 샤와르마만 먹으면 질릴 수 있으니 최소한 필자처럼 적당한 채소 요리나 수프를 같이 시켜 주는 것이 좋다.
이날쯤 슈퍼에 들러서 물을 사다가 이집트산 망고가 있어서 몇 개 사와 먹었다. 정말 달고 맛있었다.
7월 23일
사막 투어
전날 밤에 투어를 예약해 아침 일찍 호텔 픽업으로 동쪽 사막 지역으로 출발했다. 아부다비나 두바이에서는 오전, 오후 또는 밤 시간대에 사막 투어를 예약해서 즐길 수 있다. 오전 투어는 낙타 농장 방문, 사막 오프로드 드라이빙, 모래썰매, 낙타 탑승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낙타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볼 수 있으니 도심에서 낙타를 보지 못해 실망했다면 꼭 신청해 볼 만 하다.
진짜 사막은 이런 느낌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혹시나 사막에서 사는 동물이 있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없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봐도 없다고 했었는데, 그렇다기엔 모래에 뭔가 동물(새?) 자취 같은 것이 남아 있는 것도 있긴 했어서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아라비아 하면 오릭스(Oryx)라는 영양이 유명한데, 아쉽게도 두바이의 박물관에서 두개골을 보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모래썰매는 썰매 위에 엎드려서 내리막으로 내려가는 단순한 놀이다. 생각보다 재밌었지만 다시 썰매를 들고 언덕을 올라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목도 타고 발이 푹푹 빠져서 더 힘들다. 추가금을 내면 낙타 탑승 이후에 사막 ATV(4륜바이크) 탑승도 가능했는데 우리는 그것까지는 하지 않았다.
Sheikh Zayed Grand Mosque
점심으로 어제 먹고 남은 믹스 그릴과 함께 컵라면 몇 개를 뜯어 먹고, 아부다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슬람교의 예배당)인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Sheikh Zayed Grand Mosque)로 향했다. 입구에서 지하도를 통해서 입장하는데, 지하도가 작은 쇼핑몰처럼 되어 있어서 이것저것 많이 판다. 이곳에서 우리는 초콜릿 안에 쿠나파(Kunafa)를 채운 그 '두바이 초콜릿'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었고, 조금 시식해 봤는데 식감이 특이해서 맛있었다. 다만 그렇게까지 유행할 정도의 맛은 아닌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나름 찾고 있던 것이라 약간 구매해 갔다. 가방 깊숙히 넣어 보관했던 이 초콜릿이 이집트에서 반쯤 녹은 채로 다시 발견되는 것은 며칠 뒤의 일이다.
이 모스크에는 어느 정도 복장 및 행동 규정이 있다. 반팔 및 반바지 복장이 불가능해서 우리는 두바이에서 구매했던 아랍에미리트 전통 복장(kandura)을 입고 들어갔고, 실제로도 많은 관광객들이 전통의상을 착용하고 들어간다. 여성의 경우에는 머리카락을 가릴 것이 필요하다. V자를 포함해 특정 성향을 드러내는 손동작도 금지되며, 곳곳에 배치된 보안요원들이 해당 행동들을 즉시 저지할 것이다.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는 이슬람 예술의 극치를 보여 주는 곳이다. 이슬람 전통과 현대 건축을 결합하여 카펫부터 벽, 샹들리에까지 엄청나게 화려하면서도 정신없지 않게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스크 주변에는 작은 물길이 나 있어 모스크 건물이 물에 반사되어 보인다. 새하얀 건물이 아부다비 대통령궁과도 비슷하면서도, 종교적 색채가 강하고 더 다채로운 장식을 볼 수 있다. 텍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볼 것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지만, 워낙 화려하기 때문에 아부다비 관광에서 놓치기는 아쉬운 곳이다.
모스크에 출입하는 통로(Tolerance Path, 관용의 길)에는 모스크라는 공간이 무슬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며 또 다양한 문화를 통합하는 구심점으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노동 인력 확보와 주변국들의 불안한 정세 등으로 인해 외국인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는 곳이 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의견이 다를 때 서로를 존중해 주는 '관용'의 자세가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다.
저녁에 호텔 옥상에 있는 모로코식 레스토랑(Malaga Restaurant)을 방문했다. 요리가 나오는 데에 꽤 시간이 걸렸는데 물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 버티기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렌틸 수프 요리와 양고기 타진(Tajine, 찜 비슷한 요리), 피자 비슷한 요리인 Manakeesh와 새우 요리 하나를 먹었는데 가격대는 약간 있었지만 나름 맛있게 잘 먹었다. 타진과 새우 요리가 특히 담백하면서 깔끔하고 맛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모로코(마그레브) 요리는 한국인 입맛에도 그리 어색하지 않고 맛있다고 생각한다. 아라비아 음식이 질린다면 주변 지역 요리까지 눈을 돌려 보자.
이날 저녁 슬슬 이집트를 갈 준비를 했다. 다음날 일행의 진료가 잡혀 있었고,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음날쯤 카이로로 출발하기로 했다. 아부다비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길어지게 될 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볼 것들을 찾아보다 보니 시간은 꽤 빠르게 지나갔다.
7월 24일
이날 아침에는 호텔 조식을 먹었는데, 두바이에서 먹었던 조식뷔페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있을 건 다 있었다. 중동식 조식뷔페는 나름의 색채가 있으면서도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만 하다.
이날 오전에는 특별히 다른 것을 하지는 않았고, 점심쯤 호텔을 나서 일행의 진료가 예약된 병원에 가기로 했다. 점심식사는 호텔 근처에 있는 시리아식 레스토랑(Layali Al Sham)에서 샤와르마와 샌드위치(둘 중 하나는 고기였고 하나는 간이었다), 치킨 비르야니를 시켜 먹었다. 솔직히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피클이 엄청나게 짰던 기억이 난다.
아부다비 병원
병원은 Zayed Sports City에 위치한 곳으로, 필자는 그렇게 자세히 보지는 못했고 로비에서 일행을 기다렸다. 병원은 (당연하지만)상당히 깔끔하고 잘 갖춰져 있다. 저번 아부다비 글에 설명했던 그 아랍식 커피를 알아서 따라 마시도록 주전자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다행히 진료 결과 일행 건강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어, 다음날 카이로행 비행기를 같이 탑승해 여행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날 병원에서 일행을 안내해주던 사람은 카자흐스탄 출신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자신이 한국인으로 오해받는다고 하면서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아마 이날이나 그 전날쯤 탔던 택시에서 우간다 출신이신 기사님과 대화했을 때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긴하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영상물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도, UAE에 정말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와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일주일 간 아랍에미리트에서 느낀 아랍에미리트는 에미리트인을 중심으로 나머지 아랍인들과 남아시아인들, 또 여러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국제화된 공동체였다.
아부다비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는 숙소 근처의 파키스탄 레스토랑(Roti Boti Restaurant)이었다. 여기 음식은 거의 직원 추천대로 시켜서 이름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부다비에서 먹은 것 중 음식이 가장 맛있었다. 커리에 고수가 들어가서 함부로 한국인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고수만 잘 먹는다면 정-말 맛있는 커리다. 심지어 빵도 맛있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사진 왼쪽 구석에 나온 빵을 꼭 시켜 보도록 하자. 서비스로 맛있는 파키스탄 음료수도 하나 주셨는데 아쉽게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아부다비의 남아시아 음식은 실패하기 힘들다. 맛있는 남아시아 음식을 먹고 싶은데 인도나 파키스탄은 가기 싫다면, 아랍에미리트로 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부다비에서의 마지막 밤
호텔 창문을 통해 작은 모스크가 내려다보인다. 무슬림들은 일정 시간에는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를 한다. 우리 호텔에도 기도용 카펫과 쿠란, 그리고 메카 방향 표시가 있어서 한 번 꺼내서 따라해 보기도 했다. 기도란 어떤 것인지 무신론자인 필자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아부다비에서의 예상치 못한 일정들은 이집트에 있을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좌절도 주었지만, 동시에 아랍에미리트라는 국가를 더 구석구석 파헤쳐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UAE를 단순히 돈 많은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입체적이고 복잡한 사회를 가지고 있다. 중동 문화에 입문하고 평소에 접하던 북미나 유럽과는 전혀 다른 '국제화된 사회'를 경험함에 있어서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탁월한 곳이다.
+) 화려한 아랍에미리트의 모습에는 물론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민주주의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꽤나 생소할 수 있는 전제군주 체제는 그렇다 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빈부격차 문제, 남자 쪽으로 극단적으로 쏠린 성비 문제 등은 며칠 지내다 보면 눈에 들어오기는 한다. 다만 필자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사회 같았고, 또 관광객 입장에서는 그렇게 신경쓰이는 수준은 아니어서 글을 쓰며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여행기를 계속 쓰다 보니 다른 나라들은 조금씩 까게 되는데 UAE에 관해서는 너무 긍정적으로만 기술한 것 같아서 이 문단을 추가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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